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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시스】이종일 기자 =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배우들이 5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 공연을 한 후 관객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17.04.09. (사진 =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제공) photo@newsis.com |
【안산=뉴시스】이종일 기자 = 오는 16일 세월호참사 3주기를 앞두고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희생 학생들의 부모들은 아픔을 가슴에 새긴 채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 활발할 지역사회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4년 하루 아침에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아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연극·공예·합창 활동이었다.
이 활동들은 부모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과정이 되고 있다. 또 지역사회에 세월호참사 극복의 '희망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무대 위에 오른 어머니들
지난 5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 배우 대기실에서 고(故) 정예진(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양의 어머니 박유신(44)씨는 "너무 긴장된다", "실수할까 걱정된다"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공연을 10여분 앞둔 시기라 박씨는 긴장감이 조여오는 부담을 가졌지만, 무대에 오른 뒤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김영광('그와 그녀의 옷장' 작품의 한 배역) 등의 역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배우는 모두 7명이었다. 이 가운데 6명은 희생 학생의 어머니이고, 나머지 1명은 생존 학생의 어머니였다.
이들은 2015년 10월부터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안산에서 연극을 배웠고, 지난해 3월 김태현(노란리본 연출) 민예총 안산지회장 등과 함께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을 창단했다. 연극 강사는 온마음센터가 섭외해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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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시스】이종일 기자 =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희생학생들의 부모들이 5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 공연을 하고 있다. 2017.04.09. (사진 =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제공) photo@newsis.com |
7명의 어머니들은 1주일에 한 차례씩 모여 연습했고, 지난해 10월부터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 공연을 시작했다.
안산, 의정부, 부산, 서울 등 전국을 오가며 벌인 공연 횟수만 벌써 25차례다.
어머니들은 5일 공연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친구의 우정, 세월호 문제를 관객들에게 코믹하게 전달했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웃으면서 관람했고, 어머니들을 응원하는 박수를 보냈다.
고 안주현(단원고2)군의 어머니 김정해(46)씨는 "평소 연극, 뮤지컬 공연을 좋아했는데, 주현이를 잃고 너무 힘들어서 연극을 시작했다"며 "공연 때마다 대사를 틀릴까봐 부담이 많이 됐는데, 올 1월 부산 공연을 한 뒤 편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산은 주현이가 가고 싶어했던 곳이었다. 부산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 다음부터 공연하는 것이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극을 통해 다른 어머니들과 친해졌고, 서로 위로할 수 있었다"며 "관객들과의 만남에서 세월호 문제를 알리고, 안전사회의 중요성을 전할 수 있어 좋다. 세월호가 올라온 뒤 몸과 마음이 더 힘들어졌지만, 공연 등을 통해 계속 시민들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고 김동혁(단원고2)군의 어머니 김성실(52)씨는 "무대에 오르는 것은 매순간 부담스럽다"며 "그러나 동혁이에게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공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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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시스】이종일 기자 = 고(故) 이태민(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군의 어머니 문연옥(46·오른쪽)씨가 5일 경기 안산시 고잔동 '쉼과힘' 교육장에서 주민에게 수공예품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2017.04.09. lji22356@newsis.com |
김성실씨는 "국민의 생명을 외면하는 나라에서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그렇지만 아무 것도 안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연기를 시작했다"며 "연기가 부족하지만 시민들이 공연을 보고 유가족과 공감하면서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배운 것을 나누며 소통하는 '4·16공방'
4·16공방은 단원고 희생학생의 어머니들이 2014년 11월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모임이다.
온마음센터에 요구해 강사를 지원받은 어머니들은 수공예품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서로의 마음을 열었고, 상처를 치유해갔다.
4·16공방의 어머니 30여명은 1주일에 2~3차례씩 퀼트, 냅킨아트, 우드버닝 등 수공예를 배웠고, 제법 솜씨가 생기자 2015년부터 '엄마랑 함께하장' 장터를 열고 수공예품을 팔았다. 수공예품에는 숫자 '416'과 노란리본이 새겨져 있다.
장터는 2015년 1차례 열렸고, 지난해부터 2차례씩 진행됐다. 올해는 애초 다음달 열려고 했으나 세월호 인양 때문에 개최 시기가 잠정 연기됐다.
어머니들은 수공예품의 판매 수익금을 이웃돕기에 쓰고 있다. 4·16공방 모임 장소는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 앞 유가족대기실 한 편에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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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시스】이종일 기자 = 9일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 유가족대기실에 마련된 4·16공방 한쪽에 유가족들이 만든 리폼제품들이 걸려 있다. 2017.04.09. lji22356@newsis.com |
아버지·어머니 10여명은 별도로 4·16목공방 활동을 한다. 나무로 의자, 책상 등을 만들고 완성품은 장터에서 판매한다. 수익금은 이웃돕기에 쓰인다.
일부 어머니들은 안산 지역 복지단체 '쉼과 힘' 교육실에서 주민들에게 수공예품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쉼과 힘'은 2015년 5월부터 안산시 좋은마을만들기지원센터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4·16공방 어머니들이 주민을 대상으로 강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어머니들은 동주민센터에서도 강사로도 활동했다.
고 이태민(단원고2)군의 어머니 문연옥(46)씨는 "지난해 5월부터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며 "배운 것을 주민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강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가깝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로부터 수공예를 배우고 있는 박미영(48·여)씨는 "그동안 유가족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부담스러웠는데, 강사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편해졌다"며 "수공예 배우는 재미가 있고, 세월호 문제도 균형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희생 학생의 부모 20여명은 또 2014년 10월부터 4·16합창단 활동을 통해 평화나무합창단(시민합창단)과 합동 공연을 하면서 시민들과의 공감대를 키우고 있다.
임남희 '쉼과 힘' 사무국장은 "유가족의 강사 활동 등은 세월호 참사 피해를 극복하는 힘이 되고 있다"며 "지역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 소통·화합의 기회를 만든다"고 말했다.
lji22356@newsis.com
-뉴시스- [2017.04.09.일]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70403_0014806706&cID=10809&pID=10800